광고에 제시된 정보

광고와 예술

인쇄술 개발

인쇄술이 개발되어 서적이 세상에 등장하기 이전 시대에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시(詩)가 사용되었다. 산문으로 된 이야기보다는 운율이 담긴 이야기가 기 억하기에 훨씬 쉬울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도 용이 하다. 기원전 850 년경에 호머는 자신의 걸작인 『일리아드』와 『오 디세이를 시 형식으로 창작했다. 광고에 제시된 정보

시는 호머가 살던 시대처럼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오늘날에는 시가 예술형식이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 시가 가지고 있던 의사전달의 기능은 상실되어버 렸다. 오늘날 대부분의 작가들은 구두 형태로 정보를 전달할 필요 가 없기 때문에 시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인쇄된 책을 통해 글의 내용을 후세에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산문을 사용한다.

예술이 되어버린 그림

사진술이 발명되기 이전 시대에는 군주나 여왕, 왕자와 공주의 모습을 후세에 전달하기 위해 그림이 사용되곤 했다. 또한 그림을 통해 이전 세대에 살던 사람들의 생김새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사진술이 발명되기 이전 시대에 렘브란트, 루벤스, 라 파엘로,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한 유명한 화가들 은 사물이나 인물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참고로, 최근에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는 1430년대로 거 슬러올라가 당시 미술계 거장들이 사실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광학 장치를 이용했다는 이론을 제시하여 현재 미술계가 큰 충격을 받은 상태 다.)

그림은 렘브란트의 시대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 다. 다만 오늘날에 와서 그림은 현실세계와는 완전히 분리된 예술 형식이 되어버린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사진이 시각 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림은 자연 히 추상적으로 변화되어 예술이 되고 말았다.

(가령, 사진의 경우에는 벽에 거꾸로 달아놓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지만 그림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뉴욕현대미술관에서는 마티스의 그림 < 르바토(Le Bateau)>를 47일 동안이나 거꾸로 걸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

동안 아무도 눈치 챈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모습

가격이 높아졌다는 점도 그림이 예술형식이 되었음을 반증해주 는 사실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과거에 여러분의 고조부가 후세에

자신의 모습을 남길 생각으로 화가에게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부탁 했다면, 아마도 그 초상화를 그리는 데 소요된 시간에 따라 비용을 지불했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는 그림이 예술형식 이 되었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 되어버린 실정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의사 가셰의 초상화(Portrait of Dr. Ga- chet)>는 10년 전에 8,250만 달러의 가격에 한 일본인에게 팔렸다. 만약 가셰가 후손들에게 자신의 얼굴 생김새를 알려주려고 그림 대신에 사진을 찍었더라면 이 일본인은 비싼 돈을 주고 그의 초상 화를 구입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예술은 아무런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예술작품의 가 치에는 제한이 있을 수 없다. 예술작품은 그것을 구입하려는 사람 이 지불하는 가격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 은, 예술작품은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 유명 경매회사에서 실시하 는 광고가 아닌 언론매체에 얼마나 퍼블리시티되었는가에 따라 그 작품의 가격이 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조각은 한때 신이나 우상, 영웅 등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사용 되었다. 지금은 돌, 나무, 청동 등으로 만든 신상을 믿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각은 하나의 예술형식이 되고 말았다. 미국에 소재한 어느 공원을 방문하더라도 금속이나 석재로 만든 수많은 조각품을 발견할 수 있지만 이 조각상들을 숭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제 조각은 예술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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